여의도 대로 시위 소회

트위터에 갈겨 쓴 거 정리..

 

2008년엔 티비에서 나온 군홧발에 마구 밟히던 여대생의 모습에 분개해 시위를 나갔었다. 광화문 앞에 갔더니 기동 타격대 같은 경찰도 많아서 좀 무서웠고, 사람들은 화가 많이 난 상태였다. 긴장한 마음으로 몸 사리며 다녀왔던 기억이 난다.

 

2016년에는 양초를 들고 갔다. 일단 광장에 도착해 한복판에 있던 세월호 희생자들 추모 사진을 보자마자 눈물이 났었다. 300여 명의 얼굴이 하나하나 담긴 사진을 보고 있자니 이 수많은 사람들이 학생들이 인재로 인해 한 순간에 꿈을 채 펼치지 못하고 사라졌다는 게 너무 슬펐다. 시위 현장의 사람들은 분노하면서도 어떤 숙연함도 동시에 느꼈던 거 같다. 세월호의 비극이 함께한 시위였다.

 

2024년의 오늘은 사뭇 다른 색다른 기분을 느꼈다. 시위 음악으로 로제의 아파트라니. 이렇게 많은 아이돌 응원봉이라니. 어색한 감을 느껴 약간은 어리둥절한 기분이었다. 주변 아저씨들도 비슷한 기분이었는지 그런 내용의 얘길 자기들끼리 나눴다. 하지만 이내 데이식스 노래와 아파트 같은 노래에 맞춰 열심히 구호를 외쳤다. 아무렴 뭐 어때의 기분.

 

정말이지 사방으로 갖은 색색 모양의 응원봉이 많았다. 주변 온통 포진한 그것들을 보고 있자니 비현실적인게 신기하기도 하고 저건 누구네 응원봉일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그랬다. 여러가지 깃발들도 골똘히 보게 되고…정당 지역구 깃발도 있고 노조 깃발도 있고 반면 트위터에서 봤던 유머러스한 것도 보고… 실제 보니 재밌기도 하고 그랬다.

그렇게 수많은 응원봉들과 깃발들을 찬찬히 보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울컥하는 기분이 들았다. 뭘까? 그와중에 가만히 생각을 해봤다.

 

누군가와 무언가를 향한 열정과 진심이 그대로 이어져 오늘은 불의에 저항하는 힘으로 여기에 왔구나 생각이 들었다. 어떤 에너지가 그렇게 재탄생한다는 게 경이로웠고 거룩하게까지 느껴졌다. 그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나왔든 비장한 마음으로 나왔든, 요즘 인류애가 거의 바닥이었던 나에겐 오늘의 광경은 다른 큰 느낌과 생각을 심어줬다.

 

부정 만땅이던 마음에 오늘만큼은 긍정적인 힘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나도 그 자리에 있었지만 그들에 감사했다. 나 까지도 ‘응원’ 받은 느낌이었디. 평소 사람들을 미워만 말고 오늘 처럼 감사함도 동시에 느끼며 살고 힘내고 싶다. 이 기분으로 오늘 일에 너무 낙심 말고 계속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