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마지막 날

2024년 마지막 날이고
2025년 1월 1일 새벽 두시 공연을 몇 시간 앞두고 있습니다
해가 갈수록 한 해의 경계들이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이 묘합니다
어릴 땐 12월 31일 밤마다 카운트다운을 하며 초 단위로 년도가 바뀐다는 게 신나고 신기하게 느껴졌는데
어른이 되면 우린 우리의 상태와 감정에 더 무게를 두어
세상의 단위들에 무뎌져가는가봅니다
나이가 늘어도 그게 그거 같고 통장에 원 단위로 얼마가 있어도 없어도 감흥이 딱히 없습니다
헌데 숫자가 주는 감흥이 없다 뿐이지
되려 그것들은 비가 모여 만든 호수처럼
그 호수의 색처럼 커다란 하나의 감정으로 남는 것 같습니다
거대한 기쁨 아니면 슬픔 분노 등등 희노애락 그자체로요

12월 초부터 바로 며칠 전까지 세상의 일들은 저의 마음 안에는 하나의 고통으로 묵직하게 눌러앉고 있습니다. 저 뿐만 아니겠지요

단위들을 세지 않고 싶습니다
비극적인 사고로 몇 명이 떠났는지 악인들이 몇 명인지 악인들의 죄가 몇 몇 가지인지 내 잘잘못은 뭐였는지
숫자를 세어보면 제 마음 자리잡은 하나의 크고 검은 추의 무게가 늘어납니다
이미 그 무게를 가늠할 수 없습니다 그냥 하나의 검은 추 입니다 지금의 세상은 저에겐 검은 추 입니다
그 무게를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한 순간에 요술처럼 연기처럼 사라지길 원하지만 그리 될런지 서서히 풍화될지 아직 저는 모르겠습니다 한동안은 마음속에 이고 살아야할 것 같습니다 그 사실 만으로도 가만히 있다가도 숨이 막히는 기분입니다

2024년 12월 아니 더 오래 전부터 이 순간까지 이제껏 누적된 황망한 마음들 비통하게 떠나간 목숨들에 저만의 방식으로 기도를 바칩니다
우리가 잃은 애석하게 떠난 모든 것들에 바칩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저의 부족함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부단할 것을 다짐합니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못난 저를 사랑해주셔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고 있습니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더 커지길 바라봅니다
더 나은 2025년이 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여의도 대로 시위 소회

트위터에 갈겨 쓴 거 정리..

 

2008년엔 티비에서 나온 군홧발에 마구 밟히던 여대생의 모습에 분개해 시위를 나갔었다. 광화문 앞에 갔더니 기동 타격대 같은 경찰도 많아서 좀 무서웠고, 사람들은 화가 많이 난 상태였다. 긴장한 마음으로 몸 사리며 다녀왔던 기억이 난다.

 

2016년에는 양초를 들고 갔다. 일단 광장에 도착해 한복판에 있던 세월호 희생자들 추모 사진을 보자마자 눈물이 났었다. 300여 명의 얼굴이 하나하나 담긴 사진을 보고 있자니 이 수많은 사람들이 학생들이 인재로 인해 한 순간에 꿈을 채 펼치지 못하고 사라졌다는 게 너무 슬펐다. 시위 현장의 사람들은 분노하면서도 어떤 숙연함도 동시에 느꼈던 거 같다. 세월호의 비극이 함께한 시위였다.

 

2024년의 오늘은 사뭇 다른 색다른 기분을 느꼈다. 시위 음악으로 로제의 아파트라니. 이렇게 많은 아이돌 응원봉이라니. 어색한 감을 느껴 약간은 어리둥절한 기분이었다. 주변 아저씨들도 비슷한 기분이었는지 그런 내용의 얘길 자기들끼리 나눴다. 하지만 이내 데이식스 노래와 아파트 같은 노래에 맞춰 열심히 구호를 외쳤다. 아무렴 뭐 어때의 기분.

 

정말이지 사방으로 갖은 색색 모양의 응원봉이 많았다. 주변 온통 포진한 그것들을 보고 있자니 비현실적인게 신기하기도 하고 저건 누구네 응원봉일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그랬다. 여러가지 깃발들도 골똘히 보게 되고…정당 지역구 깃발도 있고 노조 깃발도 있고 반면 트위터에서 봤던 유머러스한 것도 보고… 실제 보니 재밌기도 하고 그랬다.

그렇게 수많은 응원봉들과 깃발들을 찬찬히 보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울컥하는 기분이 들았다. 뭘까? 그와중에 가만히 생각을 해봤다.

 

누군가와 무언가를 향한 열정과 진심이 그대로 이어져 오늘은 불의에 저항하는 힘으로 여기에 왔구나 생각이 들었다. 어떤 에너지가 그렇게 재탄생한다는 게 경이로웠고 거룩하게까지 느껴졌다. 그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나왔든 비장한 마음으로 나왔든, 요즘 인류애가 거의 바닥이었던 나에겐 오늘의 광경은 다른 큰 느낌과 생각을 심어줬다.

 

부정 만땅이던 마음에 오늘만큼은 긍정적인 힘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나도 그 자리에 있었지만 그들에 감사했다. 나 까지도 ‘응원’ 받은 느낌이었디. 평소 사람들을 미워만 말고 오늘 처럼 감사함도 동시에 느끼며 살고 힘내고 싶다. 이 기분으로 오늘 일에 너무 낙심 말고 계속 가자.

블로그를 개설하였습니다

오랜 염원이었던 개인 도메인 계정으로 블로그를 개설하였습니다.

SNS와 유튜브가 만연한 세상에서 이렇게 시대에 역행하는 형태로 블로그를 개설하고픈 이유가 몇 가지 있었습니다.

 

 

  1. 뭐든 텍스트로 기록을 꾸준히 남기고 싶다.
  2. SNS와 유튜브 중독으로 쪼그라들어가는 어휘력과 뇌를 이대로 두면 도저히 안되겠다.
  3. SNS에서는 내 생각을 정리하긴 커녕 한 눈에 펼쳐지는 세상 온갖 일에 주의를 빼앗기기 일쑤임.
  4. 나는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에 잘 동화되는 사람.
  5. 왜 나를 표현하는 데 140자 글자나 정사각형 사진이라는 제약 안에서만 해야 하는가. 내 맘대로 좀 더 장황하게 하고 싶다.
  6. 수많은 이들이 떠드는 타임라인 틈바구니에서는 불가능한 ‘혼자 있고 싶습니다, 모두 나가주세요’가 자연스레 이루어짐.
  7. 네이버 블로그는 이래저래 마음에 안듬.
  8. 나는 피씨통신 시절처럼 클래시컬한 게 좋다.

등등등…

시대가 피곤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글과 아카이빙의 힘을 아직은 믿는 올디한 사람입니다.

 

주로 일기와 나름의 논지, 아이디어의 정리 등등으로 이 블로그를 채울까 합니다. 그 외로는 음악인으로서의 음악 활동과 음악 장비에 대한 이야기들을 아카이빙 해 나갈 예정입니다.

블로그 개설에 큰 도움을 준 김민하(weirdhat.net)님께 감사를 드리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