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 작업기는 추후에… 일단 곡 별 코멘트
- N/A
오경형이 데모를 처음 들려줬을 때부터 밴드 멤버, 스텝들 간에 센세이셔널 했던 트랙. 베이스와 드럼의 절묘한 그루브, jazzy한 코드 등 여러모로 솔루션스가 이전에 안해본 사운드. 기타에 있어서도 오경형이 가져온 라인을 나는 그냥 밥상에 숟가락만 얹듯 친 정도. 내가 만든 영역이라면 와우 기타의 톤이라던지, 와미를 이용한 피치 쉬프팅 플레이 정도. 그걸 또 오경형이 타이밍과 팬 등을 이리저리 변조해 배치하며 입체적인 최종 트랙이 완성 됐다. 합주와 녹음을 해가며 만드는 과정은 어려웠지만 이젠 연주도 듣기도 재밌다. 박솔이 써온 가사는 처음 본 순간 서태지스러워서 좋았다. - DNCM
역시나 오경님의 트랙에 나는 숟가락만… 벌스 파트 치고 빠지는 기타 프레이즈도 오경형이 악보로 그려준 것 그대로 침.. 짧지만 인상적. 후렴의 코드, 인터루드의 앰비언스 기타 모두 오경형의 계산 하에 연주한 것. 오경이형 작업실에 가서 녹음한 기타들은 모두 Line 6 Helix 멀티 이펙터로 연주했다. 라이브 땐 조금 아쉽지만 오히려 정돈된 사운드가 앨범에 쓰기 제법 괜찮은 톤이라 생각함. 10년 전 나루 때도 POD XT 많이 썼다. Line 6 짱. - Superstition
솔이 문득 예전 솔루션스 주요 곡들처럼 인상적인 기타 리프로 시작하는 노래를 만들고 싶단 얘기를 함. 책상에 앉아 이리저리 기타를 쳐보다가 최애 음반 중 하나인 스매싱 펌킨즈 2집 Siamese Dream의 느낌을 모티브 삼아 퍼즈톤의 리프가 만들어짐. 그걸로 인트로, 후렴 파트를 만들고, 또 그것과는 대조되는 펑키한 벌스 파트가 만들어졌고, 그 위로 솔이 어울리는 멜로디를 금방 붙였음. 이후 혼자 작업해보다가 전혀 다른 테마의 브릿지 파트 리프도 만들어짐. 이전 솔루션스 곡에는 잘 없던 신스 솔로를 넣어봤음. 보코더, 하모니 제네레이터 플러그인을 이리저리 만져보며 인위적인 코러스 화음을 만들었음. 반복적으로 울리는 기타 하모닉스, 저 멀리서 드롭되는 역시 반복적인 기타 라인, 1, 2절이 다른 신스 프레이즈들 등등 숨겨진 장치가 꽤 많은 곡.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가사중 하나. 혼세의 사람들이 불안 끝에 결국 서로 다른 자기만의 미신을 만들고 그 속에 살고 있구나 하는 내용. - ANNIHILATION
이번 음반에 멤버들이 인터루드를 각자 하나씩 만들어 넣어보면 좋겠단 아이디어가 나온 후 바로 작업했던 곡. 블레이드 러너의 이미지를 생각하며 만들었다. 크게 앰비언트+피아노로 이루어진 전주와 큰 스케일 느낌의 saw신스가 나오는 후주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전주의 피아노로 연주되는 테마는 원래 앰비언트만 있던 것을 마스터링 직전에 덧붙여 연주해 만들었다. 앞 부분에선 어지럽고 음습한 혼세를 표현하고 싶었고, 뒷부분은 그 혼세 뒤에는 어떠한 형태로는 ‘멸종’이 장엄하게 올거란 메세지를 담고 싶었다. - ATHENA
전주 기타리프를 만들고나서 작업이 시작된 노래. 앞 부분은 기타톤, 메인 보컬 멜로디와 음색, 그리고 보코더와 하모니 플러그인으로 중창단 느낌의 가상의 화음 음색 만드는 게 어려웠고, 셔플 리듬의 일렉트로닉으로 변모하는 후주는 댄서블하면서도 스케일 큰 느낌의 신스들 음색을 고르고 레이어링 하는 과정이 까다로웠다. 가사는 God of War를 통해 관심이 생긴 그리스 신화, 전쟁의 이미지, 특히 지혜와 전쟁의 여신 아테나를 주제로 썼다. 머리속 이미지를 구현하는데 가장 공을 들인 곡. 실제 데모도 수록곡 중 가장 먼저 쓰기 시작해 오래 걸렸다. - 三
본래 시작부터 끝까지 내내 거친 raw한 느낌의 하드록 곡이었으나 이 곡이 좀 더 새로운 느낌이길 바라던 솔의 의견으로 후렴을 제외한 부분들은 긴장감 있는 톤으로 수정해 짧지만 드라마틱한 곡으로 변모했다. 수정시 모티브로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를 떠올리며 작업했다. 영화가 주는 메세지, 느낌을 상상했더니 새로운 편곡과 가사 작업이 꽤 금세 된 재밌는 작업이었다. 허무주의와 동시에 그로부터 느낄 수 있는 희열감을 적절히 잘 표현한 거 같다. - Damn U
존경하는 Skrillex에 대한 오마쥬가 남몰래 들어간 곡. 그의 오랜만의 신보를 인상적으로 들었는데 예전의 그로울링 덥스텝 사운드가 아니라 모티브들이 제약이 없는, 하지만 여전히 특유의 예리하고 묵직한 사운드에 감명을 받아 나도 그런 애티튜드로 사운드 디자인을 하고 곡을 써보고 싶었다. 하지만 최신 사운드에 대한 배움이 미천하여 후달렸기에 헤매던 중, 박솔과 곡 작업을 자주하는 작곡가 N.O.D군의 작업실로 트랙을 가져가 적절한 트리트먼트를 받으니 아이디어 정리가 잘 되어 이후 작업이 수월했고, 내겐 이전에 없던 어떤 과감함을 배우면서 완성할 수 있었다. 박솔의 보컬을 이리 저리 변조해보며, 또 개개의 트랙들을 거듭 샘플링하고 에디팅하며 리미트 없는 하이퍼 팝 느낌을 나름 재밌게 만든 거 같다. 박솔이 금방 탁월하게 멜로디를 만들었고 가사도 자연스레 떠오른 주제-애증의 감정을 바탕으로 거의 하루만에 썼던 거 같다. - Star Synth
작곡에 솔루션스, 가사에 장경민 of Lacuna 감동의 합작곡. 나는 잘 모르겠어서 묵혀뒀던 반복되는 코드의 건반 테마를 박솔이 듣더니 곡으로 작업해보자고 해 그걸 갖고 대강의 구성을 만들었었다. 이후 금방 만든 멜로디에 어떤 그림의 가사를 붙여야하나 고민하던 중, 솔이 경민한테 가사를 부탁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 의뢰했더니 이후 써보내온 가사가 너무 좋아 함께 음절이나 단어를 맞추는 정도의 조율만 해서 완성했다. 앨범 유일한 아련한 사랑 노래. 곡의 진행이 주는 느낌의 흐름에 너무 잘 맞는 가사. 매번 들을 때마다 곱씹게 되는 명 곡. 많은 이들의 플레이리스트에 꼭 들어가길 바라. - 잎샘
멤버들 모두 마스터링 며칠 전 돼서야 처음 듣게 된, 오경형 솔로 인터루드 곡이었는데 이미 완벽해서 이견 없었음. 처음 들어보는 곡이 앞 뒤 트랙 사이 비워둔 자리에 잘 들어맞아 신기했다. 처음엔 보이스 샘플링 볼륨이 큰가 했지만 그것이 이 곡의 느낌 그 자체구나 수긍하게 됨. - Fireworxx
‘도리안 스케일의, 폴리리듬 기타 아르페지오로 짜어진 곡’을 쓰고 싶다는 염원에서 시작되어 일단 메인 아르페지오 시퀀스를 만든 후, 다양한 변주로 발전시키며 만들어나간 곡. 기타리스트로서의 욕심을 제일 펼쳐보았다. 역시 머리속 이미지를 구현하는데 애를 먹었지만 애매하던 것들이 확실히 모습을 갖춰가는 과정이 재밌었다. 후반부의 점점 빨라지는 연주도 대강 컨셉만 잡아두고 실현하는 과정에서 합주를 하며 다양한 시도(빨라지는 정도, 총 마디 수 등)를 한 끝에 적절한 형태가 나왔다. 곡도 곡이지만 개인적으로 역시 제일 좋아하는 가사인데 굳이 해석하자면 속에서 이글거리다 폭발하는 내면의 결핍, 욕망 같은 걸 그렸다. - Maximizer
일단 오경형이 써온 구성을 이해하고 숙지하는 게 어려웠고, 그 위로 내가 기타를 치는 것도 한솔의 드럼녹음 과정도 어려웠다. 어느 정도 완성돼서야 아 이 곡이 이런거였구나… 싶었던 곡. 너바나였다가 맥시멈 더 호르몬이었다가… 하지만 손에 익힐수록 애정도가 생기면서 이젠 라이브가 제일 기대되는 노래 중 하나다. 직설적인 가사와 와~아아아 하는 후렴은 들을 때 마다 카타르시스를 느낌. - iPTF14hls
박솔이 직접 로직으로 다소 거칠게 작업해온 인터루드였지만 그 자체 느낌이 좋아 거의 손볼게 없었다. 담백한 길이와 코드웍이 인상적이었다. 역시나 이후 이어지는 곡과 들어맞는 느낌이 좋았다. 서글프지만 열린 이후의 이야기가 있는 느낌. - Venus
박솔이 만든 아르페지오 신스의 메인 테마와 남미 느낌 리듬의 드럼루프, 그리고 멜로디를 함께 곡의 형태로 다듬어 나가며 완성했다. 의외로 사운드 메이킹에 애를 먹었는데 딱히 남미 리듬에 대한 이해도 없었고 아련한 느낌의 신스 테마와 대비되는 댄서블한 리듬을 매칭하는 게 쉽진 않았다. 결과적으로 꿈에서나 들어볼법한 오묘한 댄스트랙(?)이 되었고 곡의 마무리도 그 꿈에서 깨어나는 효과, 더 나아가서 전체 앨범의 감상에서 깨어나는 듯한 효과를 만들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와서, 마무리로 갈수록 후주의 루프 소리가 뿌옇게 멀어지다가 서서히 들려오는 알람 소리에 이윽고 잠에서 깨는 그림으로 사운드 디자인을 했다. 남미의 리듬이나 음색은 일개 동아시아인이 이해하긴 어렵구나 새삼 느꼈지만 오히려 그래서 우리 나름대로 애써가며 재미난 트랙을 만든 거 같다. 비너스라는 주제는 박솔이 생각한건데 역시 그리스 신화를 뒤져가며 비너스를 애증하며 찬미하는 추종자가 된 기분으로 가사를 썼다.